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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85호 (2003.8.1 발행) - 15살에 월남한 3대독자 소년이 변호사…
  글쓴이 : 안드레명상 날짜 : 07-06-02 13:23     조회 : 3223    
본 내용을 저자의 동의없이 무단으로 전제 또는 복재, 살포시는 법의 저촉을받습니다.
 
 
15살에 월남한 3대독자 소년이 변호사가 되어 평양에 갔다
 
1951년 9월 24일 밤 밤이 깊은 황해도 연백군 해성면 바닷가에서 36살의 한 아버지가 15살 되는 3대독자 아들을 품에 안고 남쪽으로 내려가는 밀선이 오기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6 -25 전쟁의 혼란 속에서 이 3대독자를 2,3개월간만 남쪽으로 피신시키기 위해 밀선을 운항하는 선주와 계약을 했던 것이다. 이 밀선이 올 때까지 불안과 초조함을 달래면서 이 아버지는 아들을 꼭 껴안고 하나님께 간절한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하나님 나는 유복자로 데어나서 이 아들을 얻었는데 이 아들이 3대독자로 우리집안의 씨앗입니다. 이 아들을 꼭 살려서 후일 내 품에 다시 돌아오게 해 주십시오‥‥.”
약속된 시간이 되자 어둠 속에서 밀선이 나타난다. “저 배가 인천으로 가는데 인천에 가서 고향 사람을 만나 아버지 이름을 대면 그 사람들이 너를 잘 보살펴 줄 것이다‥‥‥.” 인천에 도착한 이재운 소년은 고향사람을 만나지 못하자 오징어 장사를 해서 살아가는데 그것도 장사가 안되어 결국 인천부두에서 막노동 생활을 해간다.
어린 나이에 부두노동이 너무나 힘에 겨워 수없이 울기도 했다. 막노동으로 하루 해가 저물면 꿀꿀이 죽을 얻어먹고 부두에서 가마니를 펴고 그 속에서 잠을 잔다. 그래서 그는 고향이 바라다 보이는 강화도로 와서 전방부대연락병으로 들어갔다. 아련히 보이는 고향 땅을 바라보면서 날마다 부모형제를 생각했다. 그의 나이 17살이 되던 어느 날 근무하던 군부대 정보계통에서 재운이의 부모님이 폭격으로 사망했다는 슬픈 소식을 알려준다. 이 충격으로 그는 며칠간을 꼬박 뜬눈으로 밤을 새우면서 울었다.
그러나 이제 나는 내 힘으로 살지 않으면 도와줄 사람이 없다는 것을 판단한 이재운 군은 강화도를 떠나 서울로 오게 된다. 구두닦이, 신문팔이를 거쳐 동대문신장에서 좌판을 어깨에 메고 양말 ·지갑 · 연필을 팔면서 강의록으로 독학을 해나간다.
어느 날 동대문 시장에서 지나가던 신사 한 분이 재운 군의 처지를 자세히 묻고 난 뒤 대학을 가지 않고도 출세할 수 있는 길을 알려준다. 즉 보통고시에 합격하면 당장 면장이 될 수 있고 그리고 만일 고등고시에 합격하면 판·검사나 군수가 된다고 하면서 3년만 열심히 공부해보라고 했다.
내가 앞으로 3년 후에는 고향 연백군의 군수가 된다? ‥‥그는 이 말을 듣고 너무 흥분이 되어 장사를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이때부터 그는 뼈를 깎는 고통으로 열심히 공부를 해서 1차로 대학검정고시부터 합격을 하고 고시공부에 돌입했다. 그러나 이재운 군의 체력의 한계는 너무나 빨리 와서 폐결핵 3기중세로 쓰러진다. 다행히 당시 철도병원에서 결핵약을 무료로 받아서 치료가 시작된다. 그러나 1주일에 한번씩 주는 결핵약을 어떤 때는 약방에다 도로 팔아서 그 돈으로 고시공부 책을 샀다.
이 딱한 사정을 알게 된 철도병원의 간호사에게 심한 호통을 받기도 했다. 그 동안 벌써 고등고시를 2번 응시했으나 2번 다 떨어져 좌절감에서 헤어나지를 못할 때도 있었다.
1958년 3번째 시험을 치고 12윌 15일 발표날 이날도 힘없이 중앙청 게시판으로 나가보았다. 수험번호 1366 이재운이란 이름을 발견하는 순간 몸의 중심을 잃고 땅에 주저앉았다. 2번, 3번, 10번까지 또 보고 또 보아도 분명 자기의 이름이었다. 순간 하늘을 향해 포효하는 사자처럼 이재운은 합격이란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기쁜 소식을 알리기 위해 중앙청을 나와 힘차게 뛰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기쁜 소식을 전할 곳이 없음을 아는 순간 광화문 길거리에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다‥‥ 1958년 약관 23살에 제10회 고등고시 사법과에 합격한 이재운 청년은 그 후 군법무관과 검사를 지내고 변호사가 되었다. 하루아침에 신분이 달라지고 활동무대가 바뀌어 나간다.
그리고 특히 술자리에 참석하는 회수도 늘어난다. 술을 워낙 많이 마시고 좋아해서 술좌석에 앉으면 노래도 제일 잘 불렀고 좌중을 온통 혼자서 이끌어가는 술의 왕자로서 놀기를 좋아했다. 그러나 신앙이 없는 사람에게 갑자기 부귀영화가 오면 그 다음 공식적으로 뒤따라 오는 문란한 생활이 시작된다.
생활의 문란으로 곧 타락이 뒤따르는 이 법칙은 동서고금을 통해서 변함없는 역사의 흐름이다. 생사의 갈림길에서도 그 수많은 역경의 장벽을 비장한 각오로 돌파했던 이재운 변호사도 이 법칙 앞에서는 속수무책 이었다.
그를 더욱 우울하게 만드는 것은 돌아가신 부모님의 환상이다. 달이 휘영청 뜨는 밤은 고향생각과 또 아직 살아있을 누이동생들 생각에 몰래 옥상에 올라가 울고 들어온다. 아버지는 항상 울고만 지낸다고 할까봐 또 부인은 저 사람은 평생을 두고 울기만 한다고 할까봐 이재운 변호사는 특히 명절 때는 울고 싶어도 울지를 못해 눈시울이 하루 종일 빨갛게 되어 있다고 한다.
이런 저런 연유로 술을 더욱 좋아하게 되는데 어느 날 이재운변호사의 마음에 불현듯 어떤 깨달음이 닥친다. '하나님 나는 유복자로 태어나서 이 아들을 얻었는데 이 아들이 3대독자로 우리 집안의 씨앗입니다. 이 아들을 꼭 살려서 후일에 다시 내 품으로 돌아오게 해주십시오' 하던 40여년전 밀선으로 나를 남쪽으로 보내던 그날 밤의 아버지의 간절한 기도가 전광석화같이 머리를 치고 지나간다‥‥.
그럼 그 이후 우리 아버지는 나를 위해 40여년을 하루같이 기도를 하고 있을 텐데 정작 나는 그 동안 하나님을 한번 찾아본 일도 없고 교회는 생각도 없었다. 그래서 어느 주일 아침 이 변호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어느 교회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교회에서 울려 나오는 찬송가사를 듣는 순간 그는 유년시절 부모님과 함께 교회에서 항상 부르던 찬송 '주안에 있는 나에게 딴 근심 있으라'는 찬송임을 느끼는 순간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떠올랐다. 그리고 왈칵 눈물이 쏟아지면서 소리 내어 울었다.
이 광경을 보고 목사님이 달려와서 위로를 해주고 기도를 해주는 것이 계기가 되어 교회에 나가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신학공부를 마치고 82년에 법률가로서는 황성수씨에 이어서 두 번째 목사 안수를 받았다. 그 후 이 변호사는 천만 이산가족 재회촉진위원회 부위원장이 되었고 1985년 9월 20일에는 남북한 고향방문단의 일원으로 평양을 방문한다.
여동생들 중에 한 사람이라도 살아있다면 이번에 만날 수도 있다는 안개 같은 희망을 가지고 떠났다. 9월 21일 아침 15사람의 이산가족 상봉이 있는데 그 중에 이 변호사의 이름을 부른다. 이 변호사의 안내자는 아버님께서 방금 호텔에 도착하셨다고 알려준다. “아버님이라니요, 여동생이겠지요.” “아니야요 분명히 아버님예요.” 이 변호사는 “아버님은 6 · 25때 돌아가셨는데 다른 친척분이 오셨나.” “이선생님은 3대독자인데 4촌, 6촌도 없잖아요.......” 꿈인가 생시인가 10시 정각 아버님이 나타났다.
이 변호사는 아버지를 얼른 알아보지 못한다. 헤어질 때 아버지는 36살의 건장한 체격의 청년이었는데 지금 나타난 아버지는 73살의 할아버지가 아닌가. 이 변호사는 어릴 때 보아온 아버지의 특징 있는 귀를 살펴보고서야 아버지가 맞구나 생각하고 “아버지, 제 생일이 언제지요?” 하고 물었다. “네 생일이 음력 8월 17일이다. 지금 며칠 있으면 네 생일이 다가온다.” 확실하게 아버지를 확인하는 순간 이 부자는 꽉 껴안았다.
“생시냐! 네 어머니는 너가 인천부두에서 배가 고파 죽었다는 소문을 듣고 며칠을 굶다가 결국 눈을 감았단다.” 그런데 이 소문이 이재운 부모님에게 알려진 연유는 그 당시만 해도 휴전이 되기 전이라서 장사꾼들이 밀선을 타고 인천을 왕래할 때 고향 사람들이 재운이가 인천부두에서 노동을 하다가 배가 고파 죽어서 가마니 속에 들어 있더라고 잘못 전해주었기 때문이다. 3대 독자가 배가 고파 죽었는데 어찌 이 애미의 입에 밥이 들어 가겠느냐며 며칠을 금식하다가 결국 죽었다는 것이다.
한편 아버지의 첫마디는 “내가 너를 공부도 못시켰는데 너가 어찌해서 변호사까지 되어 이런 출세를 했느냐. 불쌍한 내 새끼야 미안하다. 장한 내 새끼야.” 15살짜리 3대독자를 밀선에 실어 보내놓고 내 새끼 바다에 빠져 죽었는지 거지가 되어 굶어 죽었는지 40여년간 하루라도 잊어본 일이 없는 원한의 세월을 보내며 살았는데 3대독자 내 아들 이재운이가 대한민국의 변호사가 되어 평양을 방문했으니 이것이 꿈인지 생신지 아버지는 아들을 꼭 껴안고 떨고 있었다.
이재운은 아버지가 가장 기뻐할 말을 꺼냈다. “아버지의 기도로 이 3대 독자가 82년도에 목사가 되었습니다.”하고 자랑스럽게 말을 하자 아버지는 순간 얼굴색이 변하면서 매우 불안한 표정으로 주위를 살피면서 아들의 말문을 막았다. 이재운은 자신이 목사가 되었다는 말에 아버지가 불안한 표정을 지었던 것을 다음날 고려호텔에서 남측 사람들끼리 주일예배를 드릴 때 비로소 알았다고 했다. 즉 예배현장에 와 있던 북한측 요원들은 ‘우리 북조선 인민들은 다 어버이 수령님 덕분에 너무나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데 무슨 하나님을 찾느냐’고 노골적으로 비난을 퍼부었다.
한편 이날 저녁 이들 부자는 저녁상을 마주하고 아버지께 이 반찬 저 반찬을 아버지 입에 넣어드리고 또 술잔을 올리는 모습은 마치 심청이가 심봉사에게 드리는 마지막 밥상을 연상케 했다. 3박4일간의 아쉬운 부자의 상봉은 끝나고 호텔에서 마지막 10분간의 대화시간이 허락 되었다.
“아버지 제 얼굴을 잘 보십시오. 아버지 나이 73세니까 살아 생전에 또 저를 볼 날이 과연 있을지요. 이제 저를 보았으니 돌아가셔도 한이 없을 것입니다. 조금도 걱정말고 마음 편안하게 사십시요.” “그래, 그러함세.” 피가 마르는 절규의 눈물을 흘리면서 꼭 잡았던 그 아들 손목을 놓지 않으려고 아버지의 굳은 손은 계속 떨고 있었다. 이 변호사는 잠시 아버지의 입술에서 무언의 표정을 느낄 수 있었다.
이 변호사는 즉각 아버지의 그 무언의 기도를 감지할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40여년 전 그 바닷가에서 드린 아버지의 기도를하나님께서 응답해주신 데 대한 오늘의 감사의 기도를 지금 드리고 있는 것이다.
이 변호사가 이번 아버지를 만난 것은 바로 아버지의 그 원한의 세월 40여년의 뜨거운 눈물의 기도를 하나님이 응답해주었다는 사실에 대해 하나님의 전지전능한 그 오묘한 섭리의 역사를 몇 번이나 감탄했다고 한다.
끝으로 이 변호사의 아버님은 지난 날 북한의 식량사정이 악화되기 이전에 사망했다고 한다. 이 변호사는 아버님께서 차라리 굶어 죽는 고통을 겪지 않으시고 일찍 하나님 곁으로 가신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글 : 김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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